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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규제와 자율규제에 대한 시사점

2022-10-22 22:10:07 0 comments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규제와 자율규제에 대한 시사점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홍대식


이 글은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정보보호 법제연구』 2022년 2호(2022. 10.)에 실려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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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규제


1. 공정거래법상 독과점규제의 기초


 우리나라에서 경쟁법의 성격을 갖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독과점규제는 시장에서의 힘과 시장의 경쟁 상황을 분석하기 위한 규제를 말하는 것으로, 구조규제와 행위규제의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구조규제는 힘을 보유한 사업자의 특정 행위를 매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조에 대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제4(독과점적 시장구조의 개선)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게 현황 조사, 분석 및 정책 추진의 구조규제 방식의 독과점규제 권한을 부여한다. 다음으로 행위규제는 힘을 보유한 사업자의 특정 행위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행위에 대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제5(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금지)는 공정위에게 구체적인 사건 조사, 분석 및 제재, 시정의 행위규제 방식의 독과점규제 권한을 부여한다.

 공정거래법상 경쟁법으로서의 독과점규제 규범은 시장의 변화와 기술적 발전에 대처하기에 충분할 만큼 유연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평가는 경쟁법이 전제로 하는 시장의 모습과 시장의 규칙으로서 경쟁법이 갖는 역할에서 도출된다. 경쟁법이 전제로 하는 시장의 모습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다수의 사업자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하여 경쟁하는 시장이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 가격이 시장의 균형추 역할을 한다. 가격의 균형추 역할을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은 시장에서의 경쟁의 규칙이다. 시장의 규칙으로서 경쟁법의 역할은 경쟁의 규칙을 위반하는 반칙행위에 대한 보이는 손으로서 정부의 개입이다. 정부 개입의 법적 수단이 경쟁법 또는 반독점법이라고 할 수 있다.

 독과점규제 규범은 관할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미국은 시장에서의 힘에 대한 가장 높은 기준으로 독점력(monopoly power) 기준을 채택한다. 다만 미국은 독점력 보유의 경우만이 아니라 그 보유 시도도 규제 대상으로 한다. 미국은 또한 시장의 경쟁 상황 분석에 관하여 경제학적 접근인 소비자 후생 기준(consumer welfare standard)을 위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유럽연합(EU)은 시장에서의 힘에 대한 상대적으로 높은 기준으로 시장지배력(dominant power) 기준을 채택한다. 다만 EU는 시장지배력 보유의 경우만을 규제 대상으로 한다. EU에서는 시장의 경쟁 상황 분석에 관한 행태적 접근과 경제학적 접근이 공존한다. 이는 EU의 경우 미국과 달리 행태적 접근에 해당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론과 경쟁보호 기준(protection of competition standard)도 적용하고 있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적 형태는 유럽연합과 유사하지만, 적용 방식은 발전 과정에 있어 미국 방식과 유럽연합 방식이 교차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규제의 기초


 최근 몇 년 사이에 해외의 주요국의 정부 또는 연구기관에서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전문가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 보고서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주요 특징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중에 EU 특별 자문가보고서(2019)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특징을 규모 수익체증(increasing returns to scale)과 네트워크 효과, 범위의 경제, 그리고 데이터의 역할 3가지로 설명한다. 네트워크 효과는 수요 측면의 규모의 경제로서, 디지털 플랫폼의 부상을 설명해주는 원리이다. 범위의 경제는 투입요소인 데이터의 역할과 연결되고 디지털 생태계의 출현과 성장을 설명해주는 원리이다. 데이터의 역할은 특히 소비자 행동에 대한 데이터 축적에 의한 역할로 설명된다. 그 밖에 주요 전문가보고서인 영국 퍼만 보고서(2019)미국 스티글러 보고서(2019)에서 추가적인 특징으로 거론되는 사항으로는 극히 낮은 한계비용, 시장의 글로벌 성격, 자본 원천에 대한 특권적인 접근 등을 들 수 있다.

 위와 같은 문헌에서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주요 특징으로 제시하는 사항이 관련 시장들에 주는 효과는 원칙적으로 중립적이다. 다만 위와 같은 문헌은 공통적으로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주요 특징이 야기하는 새로운 위험으로 쏠림 효과(tipping effect)를 지적하고 있다(쏠림 효과를 지적하고 있는 문헌의 원문은 여기). 쏠림 효과는 시장이 단일한, 초시장지배적인(ultra-dominant) 공급자를 중심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에 의하면,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주요 특징이 작용하는 시장들은 쏠림의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쏠림 효과를 갖는 시장을 얻기 위한 경쟁 초기에는 강한 경쟁을 촉진하나, 일단 쏠림 효과가 발생한 후에 경쟁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에 따라 시장에서의 힘이 계속 성장하고 견고하게 지속되며 인접시장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쏠림 효과가 발생한 시장(tipped market)에서 힘을 갖는 사업자는 복잡한 생태계를 구축하여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역량을 증대함으로써, 자신의 힘을 보호할 수 있다.

 문헌에 나타나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특징과 그 특징들이 결합하여 나타날 수 있는 예상 효과를 통해 볼 때, 디지털 시장에서의 디지털 플랫폼 이해의 중요성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은 전통적인 시장에서의 경쟁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시장에서는 사업자가 수익 증대를 위하여 낮은 가격과 상품 설계(product design) 및 생산 기술에서의 혁신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얻기 위하여 경쟁한다. 그러나 디지털 시장에서는 이런 경쟁이 반드시 실현 가능한 것이 아니다.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 변화의 주된 요인은 디지털 플랫폼의 특성에 기인한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출현에 따른 변화는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경제와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의 경쟁의 모습을 비교함으로써 설명될 수 있다.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경제에서의 경쟁의 모습은 규모의 경제를 갖는 주요 공급자를 중심으로 수직적인 가치사슬에 의한 일방향적인 공급과 수요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여기서의 혁신의 양상은 점진적(incremental) 혁신과 돌파적(breakthrough) 혁신으로 구분되는 현상유지적(sustaining) 혁신으로 나타나고, 대부분의 경쟁은 시장 내에서의 경쟁(competition in the market)의 성격을 갖는다. 이에 대하여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의 경쟁의 모습은 네트워크 효과를 갖는 플랫폼 양쪽에 있는 고객과 파트너를 포함하는 생태계에서의 양방향적인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의 혁신의 양상은 파괴적(disruptive) 혁신과 시장의 경계를 옮기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두드러진 경쟁은 시장을 얻기 위한 경쟁(competition for the market)의 성격을 보인다.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창출하는 시장의 출현에 따른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기술, 특히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술의 특징은 데이터 입력알고리즘에 의한 처리결과 출력이라는 기존의 프로그램 과정을 데이터 및 원하는 결과 입력기계학습알고리즘 출력이라는 과정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 전환 과정에서 기계학습의 원천이 되는 유용한 데이터의 확보와 자동화된 의사결정 알고리즘의 중요성이 증대된다. 그에 따라 인공지능 기술이 경쟁 구도와 사업자 간의 역학관계에 대한 중요한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로 인한 새로운 이슈는 투입 요소로서의 데이터 확보 및 접근 관련 이슈와 산출물로서의 알고리즘의 시장 이용 관련 이슈이다. 투입 요소로서의 데이터 확보 및 접근 관련 이슈는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에서의 데이터와 데이터 접근의 중요성이 증대함에 따른 것이다. 산출물로서의 알고리즘의 시장 이용 관련 이슈는 인공지능의 블랙박스로서의 성격과 그로 인한 행위 유형 평가의 어려움에서 비롯된다.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의 시장의 변화는 경쟁법에도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그 도전은 전통적인 경쟁법의 분석 틀의 유효성에 대한 도전으로 나타난다.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 적용으로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 발생하는 경쟁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충분한가 하는 의문이다. 경제학적 연구 성과는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의 각 단계, 즉 관련시장 획정 단계부터 시장 진입과 효율성 판단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분석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에 따라 플랫폼 경제에서 일어나는 사업에 대한 경쟁법 집행 또는 경쟁정책 수립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위법오판의 오류에 주의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는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은 과거에도 원래 상정하였던 것과 다른 거래 상황이 새롭게 대두될 때마다 도전을 받아 왔다. 그때마다 그 틀을 확장하거나 수정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왔다. 따라서 플랫폼 경제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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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의 발전을 위한 경쟁정책

2022-04-05 09:35:58 0 comments


디지털 경제의 발전을 위한 경쟁정책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법제연구원 『신산업규제법리뷰』 제22-1호(2022. 2. 28.)에 실려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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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경제의 중심이 되는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력 증대와 알고리즘 담합과 같은 경쟁의 쟁점은 기존 경쟁정책 논리로 해결하기 어려운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방법이 요구된다. 디지털 경제에 적합한 경쟁정책을 새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수요자-공급자를 연결하고 규율하는 구조의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 특화된 선제적 이론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하에, 이 글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경제에서 혁신을 유도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대하는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경쟁정책 방향 모색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다루는 경쟁정책은 경쟁법 집행에 의한 경쟁당국의 회복적 경쟁정책과 전문분야 규제법에 규정된 정책수단에 의한 규제당국의 형성적 경쟁정책을 포괄한다.

전통적인 의미의 경쟁법은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또는 그 전 단계에서의 사업재편으로부터 시장에서의 경쟁을 보호하는 법의 성격을 갖는다. 이는 시장에서 사업자들 간에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면 그 결과로 소비자의 후생이 증대된다는 전제하에 경쟁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시장에서의 사업자의 행위를 분석하기 위한 전통적인 분석 틀은 여전히 SCP 패러다임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그에 비하여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역동성은 네트워크 효과의 발생과 시장에서의 경합가능성의 증대로 나타난다. 따라서 디지털 경제에서의 분석 틀 확장의 필요성이 요청되는데, 이를 위한 대안 이론은 플랫폼 시장 경제학과 시스템 경제학을 들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경쟁 분석의 기초가 되는 관련시장 획정 방법론, 경쟁침해이론을 양면플랫폼 사업의 특성을 반영하여 수정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경쟁 과정의 측면에서 기존의 이론을 디지털 시대에 대두되는 쟁점에 적용하기 위해 변형 또는 수정하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기존의 이론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행위가 야기하는 효과에 대한 증거 기반의 사례별 분석을 행할 필요가 있다.

혁신적인 규제 접근방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경제의 난해하고 복잡한 사안들에 대한 부처간 상호연결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트렌드와 현안에 대하여 빠르게 이해하고 영향력을 광범위하게 행사할 수 있는 유연한 경쟁정책 추진체계 모델 마련에 대한 합리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디지털 플랫폼 관련 현 규제체계의 문제점은 새로운 규제 도입 움직임의 문제, 기존 필수설비/필수요소 관점에서의 규제 당위성 부족, 규제 대상의 모호성 및 포괄적 해석, 행위의 위법성 판단을 위한 기준의 한계, 협력적인 규제 프레임워크 정립의 어려움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안으로서 경쟁정책 추진체계 개선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는 플랫폼 경쟁정책 및 규제 대상으로서 수범자의 범주 명확화와 플랫폼의 불공정 경쟁과 혁신적 경쟁 간 경계에서의 프레임워크 전환을 제시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제안한 디지털 시장 경쟁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방안은 다음과 같은 4가지 단계로 요약될 수 있다. 1단계로 규제 대상자(수범자)의 범주가 명확히 정의되어야 한다. 2단계로 규제 대상자가 지정되어야 한다. 3단계로 규제대상자 지정 여부 및 규제 목적에 따른 시장지배력 또는 영향력 판단기준이 현실화 및 세분화되어야 한다. 4단계로 규제 프레임워크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전환은 잠재적 위험이 현저하고 플랫폼에 특유한 불공정행위에 대해 특정 유형 또는 특정 규모의 플랫폼을 타겟팅하여 선별적으로 제도를 추진하는 단계별 맞춤형 규제를 도입하고, 규제 프레임워크의 큐레이션화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을 도입하기 위한 우선적 과제는 디지털 플랫폼의 지속가능한 혁신 도모를 위한 규제 거버넌스를 수립하는 일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 규제 거버넌스의 재정립을 위해서는 보다 상위의 규범 가치가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와 같은 규범 가치로서 혁신적 경쟁 도모 및 소비자 후생 증진(이용자 권익 보호)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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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플랫폼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제 정비 방안" 세미나 환영사

2021-12-02 11:22:09 0 comments


디지털 플랫폼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제 정비 방안세미나 환영사


홍대식 교수(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 소장 겸 법학연구소 소장) 


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 세미나 자료집 『디지털 플랫폼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제 정비 방안』 , 7-12면에 실려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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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 소장 겸 법학연구소장 홍대식 교수입니다.


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와 법학연구소가 디지털 플랫폼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제 정비 방안이라는 주제로 공동으로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여해주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먼저 바쁜 일정 중에도 저희 세미나에 참석하여 축사를 해주신 방송통신위원회 김현 부위원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발제와 토론을 맡아주신 발제자와 토론자분들, 그리고 원활한 발제와 토론을 진행을 도와주실 사회자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결된 디지털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은 우리의 모든 삶의 모습에서 인터넷에 의해 촉진된 디지털 서비스의 이용이 지속 증가하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든 그렇지 않은 기업이든 이미 상품 생산이나 서비스 제공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가오는 세상은 디지털 기술 적용을 사업 모델 설계에 반영하여 이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이루지 못하면 뒤처질지 모르는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개인이나 기업이 이런 세상에 합류할 것인지 아니면 거부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남아 있는 것 같지만, 적어도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 입장에서 변화에 대한 참여를 거부하는 선택의 대가는 고립 내지는 점차적인 소멸일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현재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이해관계자는 디지털 플랫폼입니다. 디지털 플랫폼은 빠른 디지털 전환으로 온라인 세상을 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또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대변되는 지능정보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서비스 개발과 사업 모델 설계에 적용하는 것에도 적극적입니다. 디지털 플랫폼, 특히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거대 디지털 플랫폼, 이른바 빅테크(Big Tech)의 역할은 디지털 세상의 외연 확장과 고도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오프라인 세상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이용자 보호 이슈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용자 보호 이슈는 서로 다른 유형의 이용자 간의 거래 등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디지털 플랫폼의 속성으로 인해 다면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대 디지털 플랫폼이 실질적인 선택을 보장받지 못한 이용자로부터 과다하게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사업 모델을 설계하고 이를 통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디지털 플랫폼에 이용자와 데이터 접근을 의존하면서 수직적 경쟁관계에 있는 이용사업자가 공정한 경쟁 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들 수 있습니다.


정부에는 디지털 세상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이용자 보호 이슈에 관할권을 갖는 여러 부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디지털 세상 이슈에 대하여 관할권을 갖는 대표적인 부처는 경쟁부처, ICT 정책 및 규제부처, 개인정보보호부처입니다. 어느 나라나 이들 부처 간에 관할권이 중복되거나 공백 상태인 공통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처방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정책의 내용과 방식, 추진체계 내지는 거버넌스에 관하여 각 나라가 처한 디지털 세상에서의 경쟁상황에 따라 그 진행의 정도와 방향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부처별 관할권의 범위나 정부 내 위상에 따라서도 그 진행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디지털 세상에서 제기되는 이슈에 관하여 경쟁, 이용자, 혁신과 기업가 정신,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 보호, 자유롭고 다양한 언론, 정치적경제적 자유 등 다양한 가치의 실현과 조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은 범정부 차원의 부처 간 협력과 조정을 필수적인 과정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 과정은 단순히 특정 정부부처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할권 있는 여러 정부부처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정책 수립을 위한 정보 수집 및 처리 과정에 참여하고 공론화 과정과 함께 합리적이고 그 나라의 상황에 맞는 입법 과정을 거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1년여 사이에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세상에서 제기되는 이용자 보호 이슈에 대처하기 위하여 정책 방안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법률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부쩍 늘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다년간의 연구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부부처 간에 조율된 정책을 추진하는 대부분의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의 정책 추진은 개별 정부부처에 따라 별도로 진행되었고, 정책 추진이 우선되다 보니 해외사례에 대한 연구를 통한 시사점을 찾는 작업이 다소 파편화된 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는 점입니다.


이런 배경하에, 이번 세미나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에서 차별화된 논의를 지향하고자 합니다.

첫째, 이번 세미나에서는 그동안 유럽연합과 일본 사례에 다소 치우쳐 있던 해외사례 논의의 지평을 미국과 영국으로 넓혀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규제 전략 수립을 위한 시사점을 찾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경쟁법 연구자로서 미국과 영국의 동향을 오랜 기간 연구해오신 두 분의 발제자를 모셨습니다. 복수의 경쟁당국을 가진 미국은 대부분의 거대 플랫폼을 보유한 국가로서, 백악관의 조정 기능, 의회의 조사, 연구 기능, 관계 정부부처 간 협력과 역할분담의 전통이 맞물려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규제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경쟁당국과 규제당국의 경쟁법 병행 적용의 전통을 갖는 영국은 미국 기업들에 디지털 세상을 다 내준 위기 상황에서 규제 일변도로 나가고 있는 유럽연합 회원국들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관계 정부부처 간 협력을 통한 규제 원칙 정립, 새로운 디지털 정부 기구 설립과 이를 통한 정부부처 간 정책일관성 확보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둘째, 이번 세미나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이용자 보호 정책 추진과 관련하여 ICT 정책 및 규제당국의 관점에서 시장과 산업에 대한 실태조사와 전문적 감독, 정부와 민간의 협력적 공동규제에 기반을 둔 규제 모델 탐구에 초점을 두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ICT 정책 및 규제 연구의 전문가 두 분을 발제자로 모시고, 종합토론 시간에는 관계 정부부처와 국회, 정책연구기관의 담당자들을 토론자로 모셨습니다.


이번 세미나의 기획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이번 세미나에 많은 의의를 두고 있지만, 동시에 한계도 느끼고 있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규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정부 내에서 ICT 정책 및 규제부처뿐만 아니라 경쟁부처 및 개인정보보호부처와의 협의와 소통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시장 참여자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들어야 합니다. 이미 정부 내에서 그런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내년에는 세미나의 현장에서도 공개적으로 정부 내 이해관계부처 담당자들 간의 의견 교환과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바라보다가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드는 과도기에 있어 여전한 위기 속에 많은 분들을 현장에 모시지는 못하지만, 온라인 참여를 통해 이번 세미나에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시는 분들에게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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